[SERIES 1] 웅장한 레지던스와 전세 낸 헬스장, 애스콧 마카티에서의 하룻밤, 언리미티트 파인다이닝 뷔페 닉스

마카티 중심 업무 지구(CBD)의 심장부에 위치한 애스콧 마카티(Ascott Makati)는 1999년 처음 문을 연 이래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객과 장기 투숙객들의 든든한 거점이 되어온 곳이다. 총 362개의 객실을 보유한 26층 규모의 대형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2018년 전면적인 리뉴얼을 거치며 고유의 웅장함에 현대적인 편리함을 더했다.

마닐라에서 한 달을 산다면, 글로벌 여행객 만족도 별 다섯 개

레지던스의 명가답게 스튜디오나 베드룸 이상의 상위 객실에는 완벽한 주방 시설과 거실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주방 시설이 필요 없는 단기 투숙객은 디럭스나 이코노미 등이 가격 면에서 좀 더 합리적이다. 디럭스 객실의 문을 열면 제법 긴 복도가 나타난다. 안쪽의 침실과 분리된 구조로 이곳에 정수기(생수병 대신 전 객실 정수기 사용)와 티백이 놓인 다이닝 공간, 욕실 공간으로 이뤄진다. 내부의 침실에는 거대한 침대와 협탁, 육중한 커튼에 가려진 창문이 드리워져 있다. 전체적으로 올드하고 중후한 아파트 같은 인상을 준다.

밤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는데, 침실에서 나와 또 다른 문을 열고 정수기가 있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욕실로 향하는 동선은 서늘한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현대식 동선을 선호하는 1인 여행자라면 첫인상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투숙객들의 리뷰를 보면 왜 이 호텔이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다. 침실과 생활 공간(다이닝)이 문 하나로 완벽히 분리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며 일과 휴식을 분리하기 가장 좋은 구조”, “아이가 침대에서 잠든 후, 문을 닫고 다이닝 공간에서 부부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가족 여행에 최고”라는 찬사가 지배적이다. 마닐라에 장기 투숙하거나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활한 헬스장에서 전세 내고 즐긴 리추얼

객실의 클래식함보다 내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건 압도적인 규모의 부대시설이었다. 국내외 수많은 호텔을 다녀봤지만, 이곳만큼 거대한 Gym은 처음이었다. 운동 마니아들의 드림 머신인 ‘천국의 계단’을 난생처음 이곳에서 밟아보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넓고 쾌적한 헬스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오롯이 혼자 전세를 낸 것처럼 나만의 리추얼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야외 테니스 코트까지 갖추고 있으니, 여행 중에도 건강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싶거나, 필요한 사람에게는 훌륭한 선택지다.

가심비 잡은 올데이다이닝, 메스클런(Mesclun)

땀을 흘린 뒤에는 같은 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메스클런(Mesclun)으로 곧장 향하면 된다. 이곳에서의 점심시간은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무척 저렴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단품 메뉴가 한화 2만 원 미만으로 책정되어 있어 부담이 없다. 적색의 고운 빛깔이 사랑스러운 칵테일 네그로니(Negroni) 한 잔을 395페소(약 9,000원)에 곁들였고, 함께 주문한 트러플 버섯 스프(Truffle Mushroom Soup)는 단돈 360페소(약 8,500원)라는 가격이 무색하게 진하고 깊은 풍미를 내뿜어 탄성을 내질렀다. 가볍게 들렀다가 완벽하게 대접받고 나오는 영리한 미식 스폿이다.

로비 층에 gym, pool, meclun이 자리해 동선이 쾌적하다. 올데이다이닝 Mesclun에서 즐긴 조식 뷔페, 알라카르트

[EDIT] 뷔페에서 만난 알라카르트, 닉스(NYX)에서의 매혹적인 3시간

애스콧 마카티 바로 앞, 대형 쇼핑몰 원 아얄라(One Ayala)에 위치한 레스토랑 닉스(NYX)는 이번 마닐라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추억을 선물해 준 공간이다. 필리핀 최대의 뷔페 제국 바이킹 그룹이 선보인 이곳은 일반적인 뷔페의 틀을 완전히 깨부순다. 그 비밀은 바로 ‘알라카르트(À la carte)’ 주문 방식에 있다. 프랑스어로 ‘메뉴판에 따라’라는 뜻의 알라카르트는 정해진 순서대로 나오는 코스 요리와 달리, 손님이 자신이 먹고 싶은 럭셔리한 단품 메뉴를 개별적으로 선택해 주문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통 파인다이닝에서 단품마다 높은 가격을 치르고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닉스는 놀랍게도 이 최고급 알라카르트 시스템을 뷔페에 적용했다.

자리에 편하게 앉아 메뉴판을 보고 원하는 음식을 요청(또는 QR 주문)하면, 주방에서 와규 스테이크, 신선한 굴과 랍스터를 즉석에서 조리해 테이블로 끊임없이 가져다준다. 식재료의 퀄리티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와인과 위스키, 바텐더의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모두 ‘무제한’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정가 기준 주말 및 디너 뷔페 가격은 1인당 3,220페소++(한화 약 8만 원 전후). 현지 물가로는 높은 편이지만, 제공되는 주류와 식재료의 높은 퀄리티를 생각하면 한국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놀라운 가성비다. 닉스에서 준비해 준 다채로운 와인을 한 잔씩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혼자 한 병을 온전히 비워냈을 정도. 맛있고 정성 가득한 음식을 오감으로 음미하는 기쁨, 요청하기도 전에 잔을 채워주는 마카티식 세련된 환대 속에서 보낸 3시간은 훌쩍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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