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과 대구 북쪽, 두 지역이 경계를 이루는 곳에 팔공산 갓바위가 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목포 갓바위처럼 바위의 형태가 갓을 쓴 모양으로 굳어진 천연 암석이려니 생각했는데, 이분은 바위가 아니라 부처다. 산을 오르며 “갓바위는 무슨 부처래요?” 일행에게 물었다. “부처가 부처지, 무슨 부처가 있나?” 마침 지나가는 할머니가 내 얘길 듣고 대신 답 하신다. 그 말도 일정 부분 맞지만 “부처도 종류, 아니 종류라고 하면 좀 불경스럽고, 다양한 부처가 있잖아요.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할머니는 내 말에 빙그레 하며 가던 길을 가셨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기에 지체 없이 찾아보기로 했다. 너도나도 다 갓바위라고 부르는 이 분의 정체를 말이다.
그래서 갓바위는 어떤 부처냐고?

약사여래. 병을 낫게 해주는 인자하고 신통한 약사여래다. 그런 부처를 갓부처도 아니고, 갓바위라고 하다니 약사여래가 들으면 좀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또 나의 착각인지, 잘못된 정보인지, 아니면 길이 좀 달라진 것인지, 팔공산 갓바위 가는 길을 좀 쉽게 생각했는데 일단 내려올 때는 두 다리가 알아서 흔들리는 각오를 해야 한다. 다행히 산길은 험준한 편은 아니다. 무작정 실내 계단 오르는 것과는 달라서 산의 능선도 보고, 새소리도 듣고,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 보면서, 완만한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느낌 안고, 보드라운 흙길 걷고, 뽕뽕 구멍 뚫린 철계단을 오른다.
누구 한 사람 가다 멈추지 않고 이 길을 오른다. 모두가 꼭 이뤄야 하는 소원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약사여래의 신묘한 힘은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소원 하나를 꼭 이뤄준다는데, 과연 소원 하나만 빌고 오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올라가 보고 생각하자. 쉼 없이 20여 분을 올랐더니 중간 사찰 격인 대웅전이 나온다. 예전에는 이런 사찰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예불에 방해 주지 않고 조용히 명상하고 나와도 된다.
원래 종교시설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아닌가. 특이하게도 성당이든 절이든 기도처에 들어서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오히려 사람으로 붐비는 야외 갓바위 광장(?)보다 여기서 보낸 몇 분의 시간이 난 더 좋았다. -앗. 이렇게 갓바위에 대한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안 되는데- 갓바위는 뭐랄까? 내가 좋아하는, 팬이 나밖에 없는 줄 알았던 가수를 우연히 봤는데 어마어마한 팬들에 에워싸인 광경을 보고 실망한 경우랄까? 진정한 사랑은 아닌 것이다. 진정 사랑했다면 그가 받는 사랑을 좋아했을텐데, 나는 혼자 조용히 사랑했던 그 고유의 시간을 잃어 놀랍고 서운한 것이다.

갓바위는, 정말이지 많은 사람이 작정하고 산 정상을 올라온 이유로 기도가 아주 열정적이다. 사찰에서의 기도는 낮은 자세로 임하지 않는가. 갓바위를 좀 자세히 보고 싶은데, 뒤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나 역시 몸을 낮게 하고 갓바위를 올려다봤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오색 연등을 찬란하게도 꾸며 놓아 가뜩이나 인기 많은 갓바위는 더 잘 안 보인다. 여기까지 올라온 그 자체로 감개무량하여 일단 남들처럼 자리 깔고 기도를 하긴 하였으나, 기도를 제대로 올린 것 같진 않다. 그냥 올라온 것만으로, 본래 목적인 갓바위를 본 그 자체로 만족이 되었다.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돌아보니 대구 방향으로 가는 길에 선물용품이 있다. 거기서 옥색으로 된 얼굴 지압기를 샀다. 지금도 아주 잘 쓰고 있는 아이템인데 다른 사찰에서 이걸 파는 걸 못 봤으니 안 샀으면 큰일날 뻔했다. 갓바위를 또 오를 수도 없고 말이다. 갓바위는 한쪽은 경산, 다른쪽은 대구 가는 길로 나뉜다. 신기하다. 대구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길이 또 어땠을지 궁금하나 실제로 확인은 안 하겠다. 아직 내게는 가봐야 할 사찰이 스물 마흔 아홉 개란 말이오.
여러분은 어떤 소원을 이루고자 하시나요?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고 하니 미리 궁리하고 가는 것도 정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