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했던 사랑방의 미학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소환한 전시, <INNER ROOMS:내면의 방>이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에서 6월 25일까지 열린다.
전통과 생활의 경계를 허무는 우아한 전시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며 현대의 삶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작년 여름 <여름이 머물던 자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이번에는 한국의 전통 공간인 ‘사랑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 <INNER ROOMS:내면의 방>을 선보였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기획된 ‘이너룸’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만의 깊은 자부심이 될 수 있음을 단박에 드러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헤리티지의 김경은 디렉터(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소장)는 사랑방을 문학적 소양과 물질적 풍요, 치유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테마 공간으로 구성했다. 가죽과 한지 등 다양한 재질로 변주된 사랑방 기물들은 장인 정신이 깃든 하나의 예술품이자, 일상의 공간으로 스며들 준비를 마친 생활 오브제이기도 하다.


잊혔던 전통의 미학, ‘고비’와 마주하다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은 ‘재발견’에 있다. 예전에는 흔했으나 이제는 잊힌 기물 하나가 얼마나 아름답게 재조명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경은 디렉터는 다섯 작가가 저마다의 물성으로 새롭게 선보인 ‘고비’를 중요하게 언급한다. 고비는 본래 벽에 걸어두는 장식물로 대나무나 판자, 두꺼운 종이 등으로 제작했으며, 그 안에 편지나 서책을 꽂아두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오브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고비가 작가들의 손끝에서 현대적 거실로 다시 소환된 것이다.
김균철 작가는 ‘벽’이라는 요소를 통해 공간의 조건을 탐구하고, 유다현 작가는 가죽을 활용해 기물을 감각적으로 변주한다. 온지음 전통문화연구소는 문방사우가 놓인 선비의 방을 오늘의 감각으로 풀어내는데, 특히 지식인이자 ‘모던보이’였을 선비의 취향을 현대적으로 연결한 시도가 흥미롭다. 아코디언처럼 열리는 갓 집과 지붕에서 내려온 기와 의자는 전통의 곡선미를 현대적 기능성으로 치환했다. 여기에 무형문화재 배접장 이수자인 강성찬 작가의 전통 책 디자인은 기록과 사유를 담는 큰 그릇으로 사랑방의 품위를 펼쳐보인다.
소반 위에서 펼쳐지는 작은 우주
이러한 치밀한 기획은 오늘날의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선 복합적인 테마 공간으로 끌어올린다. 동시에 작품들을 ‘선물 가능한 대상’1으로 제안하며, 예술을 생활에 밀착시킨다. 백화점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전시와 소비, 감상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 5층에서만 진행되던 공간을 4층까지 확장하며 관람객에게 더욱 입체적인 여정을 선사한다. 4층은 좀 더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관람의 장으로서, 5층 공간은 예술이 삶과 연결되는 전시와 체험, 일상의 여유를 선사한다. 온양민속박물관과 협업한 소반 전시는 작은 식탁이 휴식처이자 서재가 되는 좌식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공간 끝자락 디저트 살롱에서 전시와 연계한 다과 상차림도 맛볼 수 있다. 상큼한 오미자차와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약과, 윤기 흐르는 타래과는 보는 맛은 물론 풍미 또한 깊다.




Culture & Space
Inner Rooms @ Shinsegae the main the Heritage
나만의 ‘이너룸’에서 열리는 지적 환대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이 선사하는 최고의 환대는 K-컬처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님을 확신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축적된 헤리티지는 지금의 언어로 계속 번역될 때 비로소 살아남는다. 비아 아르보르가 목격한 이 특별한 방은 과거 선비들의 지적인 교류와 치유의 시간을 현대인의 일상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고비와 소반 등의 기물은 ‘전통은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고, 현대의 거실과 서재에 놓여도 손색없는 미감을 뽐낸다. 특히 전통 가구의 비례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성을 더한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만의 ‘이너룸’을 꾸미고 싶다는 욕구를 점잖게 자극한다.
- 5월 19일, 26일/ 6월 1일, 9일 작가와 함께 하는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02-310-5067 (헤리티지 5층)
- 벽면을 장식하는 수납함 ‘고비’가 어떻게 현대적인 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 있는지 눈여겨보세요.
- 관람 후 즐기는 다과는 이번 전시의 화룡점정이에요. (5층, 하우스오브신세계디저트 살롱)
- 헤리티지 지하 1층에서 전통미를 살린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