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일기 #중년 #비숑
오후 4시 무렵의 공항철도는 직장인보다 노인, 여행객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캐리어를 든 외국인 여행객은 짐칸에 캐리어를 들여놓고 그들만의 여정을 즐기고 있다. 어떤 노인은 자기를 알아봐달라는 듯 서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두가 핸드폰에 눈을 고정한 채로 그를 신경쓰지 않는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유모차 한 대가 들어왔다. 거친 손길로 캐리어 전용 짐칸에 유모차를 들이미는 중년의 남자. 유모차에는 둥글게 머리를 이발한 비숑 프리제가 타고 있었다. 짐칸에 유모차가 들어갈리 없다는 걸 깨달은 남자가 노약자석을 바라본다. “여기 앉아!” 출입문에 기대 서 있던 아내에게 소리친다. 아내가 인상을 쓴다. 아치형 눈썹이 이마를 벗어나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아내가 앉지 않자 남자는 유모차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와 두 노인 사이 다리를 한껏 벌리고 앉았다. 노인의 다리는 저항할 생각도 못한 채 벽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남자는 개가 너무 예뻐 죽겠다는 듯이 이마에 뽀뽀를 해댔다. 비숑은 얌전했다. 전철에는 서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하물며 외국인도 노약자석의 빈 공간을 탐하지 않았지만 그는 달랐다. 두 정거장이 지나고 두 노인마저 내렸을 때 그는 아내를 다시 불렀다. 아내의 아치형 눈썹은 제 자리를 찾았다. 두 사람은 세 사람을 위한 자리에 여백도 남겨주지 않은 채 그들만의 전철 여행을 하는 것이 설레어 보였다.
아무도 그 개를 예뻐하지 않았다. 예뻐할 수 없었다. 개를 예뻐한다는 건 그 주인에게도 호감을 전하는 일이다. 위압적인 자세, 우리만 좋으면 됐어. 라는 안일한 무지, 그들 손에 키워지는 하얗고 둥근 머리를 한 비숑 프리제는 그래도 세상에서 주인이 제일 좋겠지. 나 역시 나만의 세상에 빠져 아치형 눈썹을 하는 시간이 부디 길지 않길. 자신을 되돌아보며 정거장에서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