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마음의 고향
목포는 내게 특별하다. 여행 매거진이라는 내 인생에 없던 일을 시작하는 데 적응하는 시기, 목포를 취재하며 쓴 기사는 내게 정착이라는 기틀을 열어주었다. 당시 목포는 정치적으로 화제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정치적으로 화제가 된 그 인물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목포 원도심에 걸려 있었다. 정치를 논하는 건 썩 내키지 않지만 그때와 오늘의 목포를 경험한 자로서 그 정치적 사건이 목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여긴다. 특히 관광 분야에서 말이다. 목포가 뭐길래? 목포에 뭐가 있길래?하면서 찾아온 외지인이 들어났고, 당연히 낙후된 골목은 활기를 띄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목포의 여행지는 많은 사람이 찾게 된 목포 원도심에 우뚝 솟은 ‘유달산’이다.
왜 영혼의 산인가
유달산 밖에서 바라본 유달산은 ‘악’이 들어간 산들에 비해 아담하다. 산이 커서 여러 지역에 걸쳐있을 만큼 크지도 않고, 과연 오늘 내 저길 오를 수 있을 만큼 높지도 않다. 그래서 작정하고 유달산을 등산하는 일은 여행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특히나 목포해상케이블카가 생기면서 유달산은 적어도 외지인에게는 가로질러 가는 산이 된 듯 하다. 더군다나 목포 원도심에는 볼 것도, 먹을 것도 너무 많아서 등산에 시간을 할애하는 데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웬걸. 유달산은 짧지 않은 산행에 묘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푱푱 건네는, 여행자에게는 알뜰한 시간 쪼개어 분명히 가도 좋을 멋진 산인 것이다.
유달산은 해발 228m의 기세 좋은 바위산이다. 등산로의 계단도 암벽을 깎아 만든 예사롭지 않은 산이다. 예로부터 영혼이 거쳐 가는 신령스러운 산이라 하여 ‘영달산(靈達山)’이라 불렸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유달산의 최고봉인 일등바위(일등봉)에서 심판을 받은 뒤, 이등바위(이등봉)로 이동해 대기한다. 나는 과연 천당으로 갈 것인가, 지옥으로 떨어질 것인가. 너는 극락세계로 가라. 판결이 난 영혼은 목포 서산동(시화마을, 영화 <1987> 촬영지) 쪽 돛대바위에서 반야용선을 타고 가고, 지옥으로 갈 영혼은 유달산 하구의 배를 타고 떠난단다. 반야용선이 뭔고 찾아봤더니 아래 그림처럼 생긴 배다. 부처님이 배 안에 타고 있다. ‘반야’란 궁극의 지혜를 뜻하는데 사찰에서 불경 욀 때 익숙히 들리는 ‘마하반야바라밀다…’에 등장하는 그 반야다. 지옥가는 이는 무슨 배라는 명칭도 없는 것 보니 논할 가치도 없나보다. 아마, 무시무시하게 생긴 지옥 수문장들이 타고 있겠지.

산행은 여기서, 유달산 공원
유달산 등산 시작점은 ‘유달산 공원 주차장’에서 시작하면 좋다. 보통 유달산하면 노적봉이 있는 초입으로 안내되는 일이 다반사일텐데 이등바위나 일등바위를 목표로 산을 오른다면 공원의 주차장에서 시작하면 헤매지 않고 바로 오를 수 있다. 안내도에 그려진 유달산을 보니 구석구석 작은 사찰도 많고 대학루며 달성각 쉬어가기 좋은 정자들도 자리한다. 안내도를 보고 어디쯤 올라야 좋을지 고민해본다. 매거진에 실을 일등바위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이등바위까지는 올라야겠다 싶다. 등산 복장에는 한참 어긋난 차림으로 산을 올랐는데 신발만 잘 갖춰 신으면 편한 차림으로 올라도 괜찮겠다. 오르는 길은 괜찮은데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기도 하고 비온 뒤라 길이 미끄럽다. 어르신들은 자칫 넘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산은 좋아해도 등산은 딱히 취미가 없는데도 언제나 산을 오르면 기분이 좋다. 전국에 유명한 산은 필연적으로 발길을 했는데 유달산처럼 바위를 정교하게 깎아 만든 돌계단은 처음이다. 나무 계단을 놓는 게 어쩌면 더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가진 재능을 활용하는 게 삶의 반야다. 단단한 돌계단을 지나, 나뭇잎 가득 떨어진 좁은 오솔길을 지나, 다시 또 가파른 계단을 올라 기암괴석 우뚝 솟은 이등바위에 올랐다. 유달산이 해발 228m니까 이등바위는 한 180m쯤 될까? 동그란 암석 위에 올라서서 발 아래 도심 전경을 바라봤다. 바닷바람에 산바람, 아찔하다. 여기까지 오르는 데 고작 30분 걸렸는데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죽은 영혼도 다음 목적지를 기다리며 감탄했을 성 싶다.
짙푸른 바다 위에 목포대교, 조밀한 도심 지붕, 이순신 장군이 호령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장대한 일등바위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왜 이 산이 영달산이며, 영혼의 기점인지 오르고 나서야 실감한다. 반야용선을 타고 두근두근하며 떠나는 영혼의 메아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들 살고 있어.’

More info. 유달산과 이순신장군
유달산 초입의 노적봉(露積峰)은 정유재란(1597년)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지략의 역사가 새겨진 특별한 바위다. 10여 척의 전선으로 왜군의 대함대를 상대해야 했던 절체절명의 순간, 이순신 장군은 노적봉에 볏짚을 촘촘히 둘러싸 마치 군량미를 쌓아둔 거대한 노적가리처럼 위장했다. 동시에 바닷물에 영산강의 흰 쌀뜨물(실제로는 석회 가루 등을 섞은 물)을 흘려보내 조선 군사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 지략에 속아 넘어간 왜군들은 감히 진격하지 못하고 퇴각했다. 목포와 이순신 장군의 역사는 유달산 너머 고하도에도 깊이 배어있으니 참고하길.